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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2011-03, 하코다테, 일본

2011. 03. 03(1) 프롤로그 + 인천공항에서...

by 거선생 2011. 4. 2.
3월 중순 갑자기 일본에 안좋은 일이 생겼죠...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일본의 소식을 시시각각 접하면서 내가 여행을 조금만 늦게 갔더라면
정말 큰일이 났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녀왔던 하코다테의 호텔 앞의 산책로에도 물이 차 있는 사진을 보면서 운이 정말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매일매일 너무나도 안좋은 소식들이 있어서 제 마음도 많이 무겁네요..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살아가야죠...

저도 제 여행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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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이미 결혼한 친구들도 아기를 데리고 오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는 곧 결혼한다고 하고...
결혼식이 끝나고 친구들과 얘기를 하게 되면서, 재테크, 주택, 결혼 등등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
아니면 이미 몇몇 친구들은 겪은 결혼, 육아, 출산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해졌다.
아직 재테크, 주택 등은 계획도 없고, 결혼, 육아 등의 이야기는 생각조차 해보지도 않았고,
지금 현재 내 앞길이 어떻게 될지 그 고민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떨어질 것들인데,
결혼이나 육아를 이미 겪고있는 친구들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말이다.
몇 년동안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벌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일만 하고, 집에 와서 자고, 뭔가를 끊임없이 사대고, 그렇게 지내온 몇년이
다른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재테크를 하고, 집을 사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그랬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이지 내가 여태껏 뭘한게 있나 라는 생각에 허무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다음날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4월이 되면 재계약을 해야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회사에서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출근해서 아무 생각없이 대한항공의 비행기표를 검색하던 중
하코다테에는 일, 화, 목 이렇게 3일을 대한항공이 들어간다는 생각해내고,
내게 남은 휴가를 생각하던 중, 이틀의 휴가를 내고 머리를 식히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론이 길었지만, 그렇게 목, 금 이틀의 휴가를 승인받고, 대한항공에서 인천-하코다테의 비행기표를 예약, 발권했다.

그리고나서 한 일은 숙소예약. 당장 다음날의 숙소를 예약해야 했기에,
재패니칸(http://www.japanican.com/)을 이용하여 라비스타 하코다테 베이(La Vista Hakodate Bay / ラビスタ函館ベイ)에서의 2박과 보로노구치 하코다테(望楼NOGUCHI函館)에서의 1박을 예약완료했다.

저녁 늦게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등산화 구입..
북해도에서는 3월도 아직 눈이 쌓인 곳이 많다고 했다. 비록 열선이 깔려있거나, 눈이 녹은 곳도 많지만,
워낙에 잘 넘어지고 하기에, 얼음과 눈밭에서도 안미끄러질 수 있는 등산화 구입은 필수였다.
그렇게 등산화를 사고, 집에와서 본격적으로 여행가방싸기에 돌입했다.
여분의 옷, 충전기, 세면도구 등을 챙기고 혹시 몰라서 여행가이드북도 두 권을 챙겨넣었다.
환전은 주거래은행인 국민은행을 이용하여 인터넷으로 환전하고, 다음날 아침 공항에 가서 받기로 예약해두었다.
그렇게 대강의 짐을 싼 후 조금이나마 잠을 자두는 것이 좋을 거 같아 새벽 2 시 쯤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요즘 많이 우울해져있던 나 때문에 덩달아 우울해지셨던 부모님을 뒤로하고
달달달달 거리며 여행가방을 끌고 그렇게 여행을 시작했다.
언제나 출근을 하기 위해 가던 지하철역을 오늘은 여행을 가기 위해 간다고 생각하니
평소의 지하철역과는 또다른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역에 도착해서 드디어 여행을 가기위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워낙 오래간만에 카메라를 만지는지라 초점이 맞는건지 전혀 알지 못한채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초점을 수동으로 맞추도록 해놓고서 다시 고치지도 않고 찍어버려서 이거 원... 첫사진은 엉망이 되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제일 처음 한 일은 지하에 있는 국민은행 창구에 가서 환전한 돈을 찾는 일.
카메라에 짐에 정신없이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겨우 은행을 찾아서 환전까지 마치고, 서둘러 공항으로 갔다.
평일이고, 학교도 개학한지 얼마 안되어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이게 왠일... 사람들이 참 많았다.

오늘 내가 타고 가야 하는 비행기는 대한항공.
티켓팅을 하는 카운터를 찾지 못해 한참을 두리번거렸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큰 항공사라 인천공항에서 제일 좋은 가운데자리쯤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맨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내가 타고 갈 하코다테 행 비행기는 공항도 작고 사람도 많이 타지 않아서 비행기도 작다고 했다.
그런데 앞에서 티켓팅을 하려고 기다리던 사람들 중 스키장비인가? 큰 짐을 많이 들고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연히 말을 하게 되던 중 그 사람들은 니세코?인가? 거기로 스키여행을 가는 듯 했다.
지난번에도 느낀 거지만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혼자서 비행기 티켓 끊고, 숙소 정하는게 너무나도 익숙해졌나보다.

그렇게 정신없이 티켓팅을 하고, 짐을 부치고. 출국심사장으로 들어왔다.
x-ray 검사을 하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니 어디에선가 고가의 귀금속, 카메라를 들고 나갈 때 신고한다는 부스가 옆에 있었다.
난 그 부스가 출국도장까지 다 찍고 나서 면세점구역에 있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내 카메라 이래뵈도 비싼건데 신고할까 말까 하다가 이런거 누가 사갖고 들어올거라고 생각할까 하고 그냥 지나쳤다.

보안검색을 끝내고, 출국심사도 마치고 나자 바로 그 앞에 면세점이 있었다.
일단 내가 비행기를 타야 할 곳은 11번 게이트. 앗.. 면세점 바로 옆이네.

이런데에서 대한항공이 좋은가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시간 생각 안하고 면세점 구경에 열을 올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오늘 이렇게 공항에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하면서
인터넷 면세점에서 구입하지 못했던 엄마 크림, 내 핸드크림 등등 몇가지를 샀다.

물건 구입을 마치고 슬슬 비행기를 타려고 걸어가는데 배가 고프다.
정신이 없어서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나왔기 때문이었으리라.
11번 게이트 앞에 마침 스무디 킹이 있어서 바나나아일랜드를 구입. 쪽쪽 빨아먹으면서
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잘 다녀오겠노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계속 망설이던 일본내 데이터무제한을 급하게 공항에서 신청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