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프웨이를 타니 순식간에 하코다테산 정상에 올라왔다.






아직 해가 밝아서인지 전망대에도 사람이 별로 없네...


일단 여기저기 사진찍고 2층으로 올라가니 2층에는 하코다테, 홋카이도 특산물을 파는 기념품가게가 있고,
한쪽으로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어떤 분 블로그 가 보니 전망대가 너무 춥고, 시간도 오래걸려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사진을 찍으셨다는 분이 계셨었는데..
그 분이 가셨던 곳 같았다...
그리고 3층으로 올라가니 야외전망대가 있었다.


렌즈를 55 mm에 맞추니 호텔도 어렴풋이 보였다.
워낙에 추운 날이어서 후딱 올라가서 사진 몇 장 찍어주고 내려와서 기념품가게 구경도 하고,
어디 앉아있을 데 없나 두리번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야외전망대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왼쪽 저 멀리에서부터 허연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난 그게 전망대가 산 위라서 그렇게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잠시 뒤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보니 눈구름이었다..ㅡㅡ;;;;
눈구름이 전망대를 뒤덮고 한참을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볼까 하는 마음에 바깥으로 나갔다가 휘몰아치는 바람에 어찌하지도 못하고 다시 들어와서 창밖으로
하얗게 된 바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층, 2층과 3층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날이 좋아지기를 기다렸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이런날 이렇게 추운 바람과 눈을 내려주시는지...



그러다가 어떤 사람을 발견했다. 두꺼운 모자달린 점퍼를 입고, 배낭을 매고, 장갑을 끼고 사진을 찍는 사람을...
난 모자달린 점퍼가 아니어서 머리가 추웠고, 목도리도 얇아서 바람이 술술 들어오고..
오직 장갑하나 껴서 손은 그나마 덜 추웠었는데...
난 건물 안에서 그 사람을 보면서 '아.. 사진은 저렇게 찍어야 하는건데..'라면서 계속 부러워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사람들이 하나둘씩 전망대로 올라오고 있었다.
개중에는 우리나라 아줌마, 아저씨들이 관광을 오셨는지(할아버지?, 할머니?) 가이드아주머니가 시끄럽게
1층에서 여기는 어디고, 저기는 어디고.. 를 계속 설명해주셨고, 한동안 조용하던 전망대가 정말 시끄러울 정도였다..

다행히도 몇십 분 정도 지나자 하늘은 언제 눈이 왔냐는 듯이 다시 맑아졌고,
그 새를 이용해서 다시 또 올라가서 사진찍고, 추우면 내려오고, 그렇게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계속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그 때 생각난 것이 2층의 레스토랑.
어차피 저녁도 곧 먹어야 하기에... 2층의 레스토랑으로 갔다.

저녁엔 술과 식사를 동시에 제공하는 곳이었다.
이 곳에서 하코다테 특산물로 만들어진 카레와 생맥주를 주문하고, 창가자리에 앉아 편하게 야경을 감상했다.
날이 어두워져서 물컵 아래 받침대에서 색색의 빛이 나와 물컵을 비춰주고,
레스토랑의 어두운 조명으로 밖의 하코다테 야경이 더욱더 빛나보이는듯 보였다.

그러고보니 일본에 와서 카레를 먹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감자와 채소, 그리고 고기가 어우러져 있는 카레의 맛은 우리나라의 카레와는 다른 맛이었고,
밥과 함께 먹으니 되직한 카레의 맛과 큼지막한 덩어리들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창가자리에 앉은지라 밥 한번 먹고, 밖 쳐다보고, 조금 바뀐 거 같다 싶으면 사진찍고..
그렇게 계속 앉아서 편하게 밥먹으며 하코다테의 야경을 즐겼다.

세계의 3대 야경중의 하나라는 하코다테의 야경이었는데, 티비에 나왔을 때에는 솔직히 그냥 그랬는데
직접 와서 눈으로 본 야경은 홍콩의 야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홍콩의 야경도 보고 하코다테의 야경도 봤으니 이제 삼대 야경은 나폴리만 가보면 될듯...
근데 나폴리는 언제 갈 수 있을런지...

나같이 하코다테의 야경을 티비나 사진으로만 본 사람들은 직접 가서 눈으로 보길 권한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도 몇백만배 더 아름다우니 말이다.
야경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서 압축해서 한장으로 만들었다.
중간중간 잘 안맞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한장의 gif에는 고르고 고른 사진 20장이 들어있다..^^

그렇게 배도 채우고, 멋진 야경도 구경하고나서 다시 3층 전망대에 올라가서
유리창에 비친 야경이 아닌 내 눈에 바로 들어오는 야경을 한참을 보고난 후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산 아래로 내려왔다.





이제 호텔로 돌아가야지 하고 길을 걷는데 눈이 계속 내린다.
이 곳의 눈은 우리나라의 눈과 달리 포슬포슬한 눈이어서 옷에 닿아도 툭툭 털으면 떨어지는 그런 눈이다.
다행히 옷을 젖게 하지는 않아 탁탁 털어가면서 길을 걸어갔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이 시간은 8 시도 되지 않았는데, 마치 서울의 새벽을 보는 것 같이
길가의 상점도 모두 문을 닫고,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산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호텔에 들어가기까지 만난 사람이 네다섯명?? 이 다였으니까 말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서 모토마치 거리도 가보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없으니 무섭더라..


그래서 그냥 스윽 지나가면서 잠깐 서서 사진 한장 찍고, 그리고나서 밝은 곳만 돌아다녔다.
횡단보도를 지나가는데 아까 로프웨이를 가려다 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한참을 기다렸던 같은 방식의 횡단보도가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이건 어떤 블로그에서도 보지 못했다. 내가 찾지 못한건가..?


또, 호텔로 들어오면서 과자를 사려고 했지만 폐점시간이 6시던가 7시던가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점심먹고 산 과자 하나만 챙겨들고 호텔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심심해서(?) 럭키 삐에로를 갈까 야끼도리 벤또 파는 곳을 갈까 하다가 오늘은 벤또를 먹기로 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주문을 한 몇몇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주문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한참을 쳐다보고 있다가 느낌으로 보니 내가 원하는 꼬치의 갯수를 써주면
그대로 만들어주는 걸 겨우겨우 알아내서 적어서 줬다.
카라아게(닭튀김.. 맞나?) 와 꼬치 3개가 들어간 도시락을 주문했는데, 닭튀김의 경우에는 미리 만들어져 있는 걸 렌지에 데워주는
형식이었다.
도시락이 만들어지는 동안 슈퍼에서 컵누들 한개도 구입해서 벤또와 함께 가지고 왔다.
그런데 왠일.. 나중에 생각해보니 닭튀김을 렌지에 넣어두고 깜박 잊고 안가져왔다.
이런이런 그걸 나중에 호텔을 옮기고 난 후에 생각이 났으니.. 정말 정신이 없긴 했나보다.

벤또를 사고 돌아오는 길에도 역시 사람도, 차도 보이지 않았다.
밤이 되면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니 정말 맞는 말 같았다.
순간 이런데 살면 야근같은 거 안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ㅋㅋ




호텔에 들어와서 잠시 티비를 보다가 사온 도시락을 꺼냈다.
이상하게 여행만 가면 밥 먹고 뒤돌아서면 뭔가 먹을게 생각난다.
내가 특이한 걸까나??
야끼도리라고 해서 닭이 아니라 돼지고기라고 어느 블로그에서 본 기억이 났다.
소스 냄새가 진하게 나고, 생각보다는 맛이 별로였다. 돼지고기의 비린내도 나고 말이다.
겨우겨우 먹고, 물로 입가심을 했다.



티비를 보다가 사진을 찍다가 하다 생각난 것이 온천이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은 최상층에 온천이 있었다. 항상 사람이 많지 않다고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어서
일단 한번은 카메라를 들고가지 않았는데... 내가 시간대를 잘못맞춘건지 사람들이 가득이었다.
그래서 온천사진은 포기. 하고 온천을 즐겨보려고 했다.

원래 뜨거운 데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온천은 정말 뜨거운 물과 덜 뜨거운 물이 있어서 그나마 좀 나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온천을 안하는데, 일본에까지 와서도 온천을 안하면 후회할 거 같은 생각에 열심히 즐겨보려고 했다.
탕에도 들어갔다 나오고, 사우나도 들어가보고, 그렇게 온천을 즐기려고 했다.
노천온천도 있어서 가보려고 했는데, 워낙에 사람이 많아서 그건 다음날로 미뤘다.

온천을 다하고 나오니 하코다테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휴게실이 있었다.
휴게실 입구에는 가게에서나 볼듯한 아이스크림 냉장고가 있다. 그 곳에 막대아이스크림(하드)이 있는데
온천하고 나오면 마음대로 가져다 먹어도 좋다고 적혀있는 듯 했다(이 해석도 내 마음대로..ㅋㅋ)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서 먹으며 창밖을 내다보니, 그냥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솔직히 하나 더 먹고 싶었는데, 이런 데 와서 아이스크림 두 개 먹었다가 한국인 망신만 시킬거 같아서 그냥 방으로 내려왔다.

내가 묵은 라비스타 하코다테베이 호텔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묵는다고 하던데,
이상하게 내가 있을 때에는 내가 우리나라 사람을 못찾은 건지, 전혀 한국말을 들어볼 수 없었다.
이건 내가 묵었던 두 호텔에서 전부 동일했다.
이상하게 여행만 가면 한국사람들이 자주 안 가는 곳에 가는지, 아니면 한국사람들이 없는 시간대를 골라 가는건지
해외여행을 나가기만 하면 그 많은 한국사람들이 다 사라진다..

방에 내려와서 내일은 어딜갈까 고민도 하고, 티비도 보고 하다가
일단 하코다테 역 쪽으로 가보자는 생각을 하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고, 잠깐 자고 일어나보니 목이 칼칼해져서 방에 구비되어 있던 가습기를 켜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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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날 여행기 끝입니다.
첫날만 여행한 거 같이 여행했지, 다음날 부터는 설렁설렁 돌아다녔어요...
다음날 부터는 여행기가 짧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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