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일본의 드럭스토어에 가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드럭에서 시간을 참 많이 소비했다.
홋카이도 한정이라는 것들도 보이니 이것저것 담고, 맛있어 보이는 것들도 이것저것 담고,
화장품이나 먹을거리 구경에 넋을 놓고 구경하고, 담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날 유심히 봤다면 왜 저 아이 저렇게 심각한지 한참 구경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힘들어서 이제 그만하자 하고 계산을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 정말 이 날 하코다테의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너무 세다. 바람이 세서 한 겨울에 우리나라를 걷는느낌이었으니까...

그렇게 다시 숙소로 향하려다가 내 발길을 멈추게 한 곳은 스내플스였다.
하코다테 하면 스내플스 치즈케익이 유명하니까.
우리나라 케익가게처럼 외관이 화려할 줄 알았는데 아무생각없이 지나치기 딱 좋은 그냥 일반적인 가게와 동일했다.
내 앞에 어떤 여자분이 그 가게에 들어가기에 나도 문득 가게를 쳐다본 순간. 그곳이 스내플스였다..ㅋㅋ
그래서 나 역시 그 여자분을 따라 가게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전날 영업시간을 잘못 알았기 때문에 스내플스 치즈케익을 사지 못했기도 했지만, 일본에서는 한번도
케익을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ㅎㅎ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먹기 아까울 정도로 화려한 케익과 타르트들..
원래는 치즈케익이나 사야지 했는데 막상 눈앞의 화려한 케익들을 보자니 나도모르게 케익을 고르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끝에 크림이 가득찬 슈와 조각케익 하나를 먹기로 마음먹었다.
막상 주문을 하려니 말이 잘 안나오고, 어리버리하게 여차저차해서 주문을 마치고 2 층으로 올라갔다.
2 층에 올라가니 아담하게 테이블이 놓여져 있었다. 그 중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케익만 먹기 서운해서 커피도 한잔 주문했다.
케익과 커피를 함께 하면 세트인지 케익값에서 조금만 더 추가해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잠시 후 케익과 슈, 그리고 커피가 내 테이블로 도착했다.


이리저리 사진을 마구마구 찍고, 우선 따뜻하게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아... 우리나라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아니 내가 여태 맛보지 못했던 약간은 신맛의 커피가 정말 여행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곧바로 먹은 것은 슈.
우리나라에서 예전에 비어드파파인가? 처음으로 커다란 슈를 먹었을 때와 비슷한 크림과 빵의 느낌을 또다시 받게 되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맛있는 슈를 많이 먹을 수 있지만, 아마도 여기 스내플스에서 먹었던 슈도 내 기억속에 오래남을 것 같다.
한가득 들어있는 슈크림과 빵을 베어물면서 이 곳에 혼자 왔다는 사실이 내심 슬펐다.
동생과, 또는 친구와 같이 왔다면 이렇게 맛있는 빵을 서로 감탄하면서 얘기하고, 먹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슈를 먹고, 다음으로 먹을 건 베리들이 잔뜩 들어간 타르트? 맞나??
이름이 베리베리케-키 였던가? 그랬던 거 같다...
딸기, 블루베리 등등이 젤리로 감싸서 케익 위에 놓여져 있는데.. 아흑.. 이것도 맛났다..
맛나는 걸 표현하는 게 참 어렵기 때문에 맛있다. 정말 맛있다로 밖에 표현이 안되는 건 이해해주시길...ㅎㅎㅎ
위에 얹어있는 베리들을 먹는 것도 좋았고, 아래쪽의 딱딱한 타르트? 같은 빵을 먹는 것도 좋았다.
중간중간 마시는 커피는 케익을 더 맛나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듯 했다.


정말 오랜 시간동안 감동하고, 케익사진을 찍고, 아마도 점원이 보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기에 온게 어딘데.. 또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하면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사실 내려와서 계산을 하면서 케익박스를 찍고 싶었다.
그래서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결국 소심함 때문에 사진도 찍지 못하고,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가게 안이 따뜻해서 일까? 밖은 바람도 많이 불고 너무 추웠다. 결국 난 맞은 편의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에 들어가면 일단 따듯하니까 말이다..ㅎㅎ
그런데 하코다테 자체가 오래된 것들이 많아서 그런지 백화점도 왠지 오래된 느낌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서 화장품코너를 유심히 봤겠지만,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문구들 이어서
곧장 문구류를 파는 곳으로 갔다.
그 곳에서 붓펜을 사려고 한참을 고르다가 결국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뿐이어서 구매하지 않고,
아래층에 수예? 코너로 내려와서 손뜨개인형책을 하나 구매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화점에서 뜨개질실이나 뜨개 DIY 키트 등 부자재를 파는 곳을 못 봤는데,
이 곳은 마치 수예점을 옮겨놓은 듯 한 쪽에 할머니 여러 분이 모여앉으셔서 뜨개질을 하고 계시고,
뜨개실도 종류가 많았다. 그 외에도 DIY키트라던가, 지퍼, 스웨이드 줄 등 여러가지 부자재도 파는 걸 보고 한참을 구경했다.







그렇게 백화점 구경도 하고, 점심도 먹었겠다. 오늘은 과자를 사야하기 때문에 서둘러 호텔로 향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춥고 힘들어서 인지 잠시 쉬었다가 나가기로 했다.
어제 티비를 보다가 발견했던 펩시 넥스를 사면 준다는 스누피 스트랩도 하나!!


그리고 귀여웠던 이것!!
목욕할 때 쓰는 스폰지다. 표정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한참을 그 앞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골랐다.
카톡으로 동생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귀엽다고, 자기도 사달라고 했지만 드럭까지 가려면 그 먼 길을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아
나중에 사준다고 했었는데...
이 귀여운 스폰지가 단돈 백엔.. 일본에서 돈을 쓰다보면 백엔이 천사백원 정도였는데 마치 백원 쓰듯이 너무 쉽게 써진다.
중국에서 만들어서 약간은 조약하게 만들어졌지만, 저 귀여운 표정을 보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 외에도 티비를 보다가 좋아하던 배우인 무카이 오사무가 나오던 대부업 광고도 찍고 ㅋㅋ
홋카이도 한정이라던 메론빵도 사서 먹었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파는 빵보단 맛나지만 정말 맛있는 편은 아니었다.

일본 여행다녀오면 꼭 먹는다는 쟈가비도 샀다.
이 전에 여행갔을 때엔 이거 무슨 맛이라고 사먹나 했는데 먹어보니 맛나더라...
이번엔 쟈가비와 자가리코를 전부 샀다.. 먹어본 바로는 아.. 이래서 사람들이 중독이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정도..
북해도 한정이라는 쟈가리코 쟈가포클 맛은 정말 삶은 감자에 버터를 묻힌 맛이었다...
여기에서 삶은 감자와 버터가 합쳐지면 이런 맛이 난다는걸 처음 알았다.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어제는 늦어서 사지 못했던 과자들을 사러 다시 길을 나섰다.





바람은 시리도록 매서웠지만, 날씨가 어제와는 다르게 정말 좋아서 어딜 찍어도 사진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맨 처음 한 건 어제 야끼도리벤또 때문에 미뤄뒀던 럭키삐애로.

점심시간이 지나서인가 사람도 없고, 손짓발짓 해가면서 넘버원인 차이니즈치킨버거와 감자튀김을 시켜 포장해왔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오르골가게도 다시 들어가보고, 오르골을 살까 수십번을 고민하다가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음에 가서 사야지 라는 생각은 부질없었던 거 같다.
그 외에도 집에가서 부모님과 함께 먹을 과자도 이것저것 종류별로 구입했다.
다음에 여행을 왔을 때 부모님도 음식을 잘 드셨으면 하는 마음에 말이다.
그 때까지만해도 일본에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정말 몰랐으니까...






저녁을 먹기 전에 호텔에 사람이 적을 거 같아 짐을 챙겨 온천을 하러 카메라를 챙겨 올라갔다.
사람이 없으면 몇 장만 찍어야지 했는데.. 이런.. 사람이 어제보다 더 많았다.
뭐 어쩔 수 없겠다 싶어 온천을 하고 야경을 찍기로 하고 온천을 즐겼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탕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적은 편이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이른 편이어서 그랬겠지 싶어
바깥에 설치되어 있는 탕에도 여기저기 한번씩 들어갔었다.

1인용 탕도 있어서 들어갔는데 눈은 안왔지만 차가운 바람에 얼굴은 차고 몸은 뜨겁고 그런 신기한 경험을 했다.
정말 눈 오는 날에 노천온천은 정말 신기할 거 같은 기분이었다.
몸이 뜨거우면 살며시 발을 올려 식히고, 추우면 다시 탕으로 발을 넣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런 곳에서 지내면 처음엔 좀 지루하긴 할테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노천에 설치된 1인용 탕도 들어가고, 한쪽에 여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탕에도 들어가고,
다시 안으로 들어와서 탕에 들어가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이제 좀 온천하는게 익숙해진 거 같아서 적응을 한 내모습이 참 신기하기도 했다.
목욕탕과 비슷한 거 같으면서 다른 일본의 온천이 신기하기도 하고 말이다.

온천을 끝내고, 바깥으로 나와 어제 먹었던 맛있는 아이스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파는
캔디바 같은 모양의 아이스크림이었다.

에이.. 하면서 실망하고 있었는데, 이런.. 역시 하코다테. 우유맛은 역시 여기 것이 훨씬 맛났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완전히 어두워진 하코다테를 구경했다.




사진도 찍으면서, 저 멀리 보이는 전망대에서 불빛이 보일 때마다 플래시를 터트려서 사진을 찍는구나 라는 생각도 하고,
여긴 참 어두운데 사람도 없고, 건물도 일찍 문을 닫으니 참 조용한 곳이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한참을 옥상에서 놀다가 한쪽에 마련된 자판기에서 요구르트와 북해도한정 맥주를 구입해서 내려왔다.

다시 객실로 돌아와서 아까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산 것들을 정리했다. 벌써 내일이면 이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유노카와 온천의 료칸으로 숙소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들은 하코다테에서 팔던 과자들. 대부분이 북해도 한정이다.















짐정리를 하고, 내일 아침에 맛나는 밥을 먹으리라 생각하고 잠을 들었다.
하지만 이 날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해서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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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래간만에 여행기를 이어 쓰는 거 같아요.
벌써 반년 전 일 인데 사진 보니 그래도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ㅎㅎ
나머지 여행기도 조만간 조금씩 쓸께요..
그래도 여행은 끝까지 다녀온 걸 적어야죠..ㅋㅋ

첫날 많이 피곤해서일까? 새벽녘에 깨어보니 목이 칼칼하다. 아무래도 추운 날 바람맞고 눈맞으며 걸어서 더 그런것 같다.
갑자기 방 불을 켜고 아까 봤던 가습기를 찾았다.
전원을 켰는데 바로 가습이 안된다. 나중에 보니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는 초음파식이 아니라 가열가습기였다.
처음에 한참 켜두고 금방 가습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잠이 들 때까지 시익 하는 소리만 났지
김이 나지 않아서 과연 가습이 되는건지 궁금했었다.
나중에 깨보니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역시 가열식이라 그런지 시간이 오래 걸린 거 같았다.
그렇게 새벽녘에 일어나 이것저것 만지다가 다시 잠에 들었다.

한번은 또 추워서 깨고, 깨고나서 난방장치 겨우 찾아서 온도 높게 설정해놓고 잤는데도 추운거다.
그래서 온도를 높여놓고, 한참을 자다가 또 깨서 더 높이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더워서 온도를 또 낮추고,
이거 완전히 자다가 뭔 짓인지..ㅋㅋㅋ

한참을 자다 일어나보니 밖이 훤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시계를 봤더니 여섯시다.
집에 있을 때에는 일곱시에 일어나도 너무 피곤했는데 여행지에서는 이상하게 눈이 정말 일찍 떠진다.
그렇게 아침일찍 일어나서 침대에 앉아있다가 다시 온천에 갈까 하다가 그냥 간단하게 씻고 아침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온천에 갈 때 입는 옷을 입고 돌아다녀도 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무리.
나갈 옷을 챙겨입고 조식권을 들고 2층의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 조식을 호텔에서 먹을까 아니면 아침시장에 가서 해산물덮밥(카이센동)을 먹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로 인해 호텔도 정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이곳 라비스타호텔의 조식은 다녀온 사람들 모두 극찬을 하기에 나 역시 그걸 믿고,
조식권이 포함된 숙박권을 구입했기 때문에 조식에 대한 기대가 컸다.



2층 식당에 가서 조식권을 제출하니 명함 크기만한 종이를 준다. 아마도 탁자위에 놔두면 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받아들고 식당을 둘러봤다.

식당은 부페로 되어 있고, 가운데에 테이블이 있어 밥과 국 등을 먹을 수 있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도 있었고, 부담가지실까봐 사진은 패스했다.
이러면 블로거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데 말이다..ㅎㅎㅎ

쟁반에 밥을 담고, 그 위에 연어알, 연어, 새우, 명란젓, 오징어 등을 담고, 계란말이와 다른 것들도 담았다.
먹기전에 찍은 사진은 아래와 같다..

탱글탱글한 연어알, 신선해보이는 새우, 오징어, 그리고 명란젓 등을 가득 밥 위에 담으니 정말 먹음직스럽다..
아오 침고여..ㅋㅋ


음식을 가지러 다닐 때 한 쪽에 왠 카메라가 있더라. 우리나라의 방송같이
호텔소개하면서 식당도 소개하는 거 같던데... 밥 먹으려고 하는데 옆 테이블에 카메라맨과 리포터 같은 사람이 오더니
남자에게 인터뷰를 요쳥하는 거 같았다.

밥먹으면서 귀는 그쪽을 향해 있었는데 잘 못알아 들었지만 대강 이해하기로는
어떻게 왔냐? - 오사카에서 왔다.
놀러온거냐? - 그렇다. 여자친구와 같이 왔다.
음식 어떠냐? - 맛있다.
오사카는 먹고 죽는다 라고 할 정도로 맛있는게 많은데.. 여기 음식은 어떠냐? - 오사카 음식도 맛있지만 이것도 맛있다.
라는 느낌??? 이었다. 물론 다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참 신기했다. 남자 앞에 여자가 앉아있었는데 그 분은 재미있다고 계속 깔깔거리면서 웃더라.
인터뷰가 끝나니 소정의 상품 같은걸 줬다.
난 또 옆에있는 나도 인터뷰 하자고 할까봐 뭐라고 하지? 나 일본어 못하는데 하면서
계속 고민에 빠져있었지만 다행히도 나에겐 미안하다고, 밥먹는데 죄송하다고 하면서 자리를 떠났다.

신기하다는 생각도 잠시. 맛있는 밥을 먹고나니 배부르기도 하지만 다른 것들도 먹고 싶었다.
빵과 버터, 그리고 딸기 푸딩을 가지고 와서 우유와 함께 먹는데...
역시..

홋카이도는 유제품의 지방이다. 크로와상의 속은 보들보들하고, 버터는 느끼하지도 않고 정말정말 맛있다.
그리고 딸기푸딩.. 아.. 이거 정말 맛있다.
보들보들하고, 말캉말캉한게.. 아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드러움과 달콤함..
아. 배고파...ㅠ.ㅠ

정말 더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오늘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남은 음식들을 뒤로 하고 식당을 나왔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많은 양을 먹었다는 인증샷!!!



객실에 올라와 짐을 정리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없다. 다만 엄마가 파스를 사다달라고 했으므로, 오늘은 드럭스토어를 찾아보기로 했다.
참고로 의자 앞에 있는 네모난 손잡이 달린 박스같이 생긴 것이 가습기다..

어제 버스를 타고 왔을 때 하코다테 역까지 거리가 멀지 않았던 거 같아서 오늘은 하코다테 역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객실 키를 맡기고 호텔을 나오니 날씨가 참 좋다.

하늘은 파랗고, 날씨는... 춥다..ㅡㅡ;; 어제만큼 바람도 쌩쌩 분다.
그래도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올 날씨이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도 열심히 하코다테 역 방향이라 생각되는 곳으로 걸어갔다.
차도에 차도 잘 안다니고, 가끔 다니는 차라고는 택시 나 화물차. 그리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런 곳에 살면 참 심심하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이런 곳에 살면 참 여유롭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 멀리 아침시장이 보였다.
아침일찍 문을 열기 때문에 내가 간 시간에는 거의 문을 닫았지만 길가에 있는 상점에서는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가게에서 파는 것들은 대부분 오징어 가공식품. 어제 샀던 치즈가 들어간 오징어나, 밥이 들어간 오징어가 진공포장 되어 있었다.
그 이외에도 하코다테의 특산품인 털게, 오징어 들도 많이 보였다.
처음에 여행을 계획했을 때에는 아침시장에서 해산물 덮밥을 아침으로 사먹을 생각이었으나.....
정말정말 맛있었던 호텔 조식에서 내가 해먹는 해산물 덮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바닥에도 게가 그려져 있다. 오징어가 그려져 있는 블럭도 있었는데 사진찍는다는 걸 깜박해서... 찍지 못했다.

너무나도 춥지만 엄마 파스를 사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드럭스토어를 찾았다.
작년에 오사카 갔을 때에는 눈 돌리면 보이는 게 드럭스토어였는데, 여긴 그런게 없다...
시간은 10시가 다 되어가는데 가게는 문 연 곳이 없다.. 여긴 참 천천히 살아가는 곳인가보다.
정말 조용하고, 사람들도 조용조용하고, 여유로운 삶. 그게 지금 내게 필요한데..
이 곳에 오래살면 나도 그렇게 바뀔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추운거만 빼고는 참 살기 좋은 곳 같아 보인다.
먹을 것도 많고 말이다..ㅋㅋ

그렇게 두리번거리기를 몇십분째.. 드디어 큰 슈퍼를 찾았다.
드럭스토어라고 적혀있고,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곳을 말이다...

여기에서 엄마가 그토록 원하던 파스와 과자들, 맥주 등등의 것들을 사가지고 다시 천천히 숙소로 갔다.


로프웨이를 타니 순식간에 하코다테산 정상에 올라왔다.






아직 해가 밝아서인지 전망대에도 사람이 별로 없네...


일단 여기저기 사진찍고 2층으로 올라가니 2층에는 하코다테, 홋카이도 특산물을 파는 기념품가게가 있고,
한쪽으로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어떤 분 블로그 가 보니 전망대가 너무 춥고, 시간도 오래걸려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사진을 찍으셨다는 분이 계셨었는데..
그 분이 가셨던 곳 같았다...
그리고 3층으로 올라가니 야외전망대가 있었다.


렌즈를 55 mm에 맞추니 호텔도 어렴풋이 보였다.
워낙에 추운 날이어서 후딱 올라가서 사진 몇 장 찍어주고 내려와서 기념품가게 구경도 하고,
어디 앉아있을 데 없나 두리번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야외전망대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왼쪽 저 멀리에서부터 허연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난 그게 전망대가 산 위라서 그렇게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잠시 뒤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보니 눈구름이었다..ㅡㅡ;;;;
눈구름이 전망대를 뒤덮고 한참을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볼까 하는 마음에 바깥으로 나갔다가 휘몰아치는 바람에 어찌하지도 못하고 다시 들어와서 창밖으로
하얗게 된 바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층, 2층과 3층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날이 좋아지기를 기다렸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이런날 이렇게 추운 바람과 눈을 내려주시는지...



그러다가 어떤 사람을 발견했다. 두꺼운 모자달린 점퍼를 입고, 배낭을 매고, 장갑을 끼고 사진을 찍는 사람을...
난 모자달린 점퍼가 아니어서 머리가 추웠고, 목도리도 얇아서 바람이 술술 들어오고..
오직 장갑하나 껴서 손은 그나마 덜 추웠었는데...
난 건물 안에서 그 사람을 보면서 '아.. 사진은 저렇게 찍어야 하는건데..'라면서 계속 부러워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사람들이 하나둘씩 전망대로 올라오고 있었다.
개중에는 우리나라 아줌마, 아저씨들이 관광을 오셨는지(할아버지?, 할머니?) 가이드아주머니가 시끄럽게
1층에서 여기는 어디고, 저기는 어디고.. 를 계속 설명해주셨고, 한동안 조용하던 전망대가 정말 시끄러울 정도였다..

다행히도 몇십 분 정도 지나자 하늘은 언제 눈이 왔냐는 듯이 다시 맑아졌고,
그 새를 이용해서 다시 또 올라가서 사진찍고, 추우면 내려오고, 그렇게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계속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그 때 생각난 것이 2층의 레스토랑.
어차피 저녁도 곧 먹어야 하기에... 2층의 레스토랑으로 갔다.

저녁엔 술과 식사를 동시에 제공하는 곳이었다.
이 곳에서 하코다테 특산물로 만들어진 카레와 생맥주를 주문하고, 창가자리에 앉아 편하게 야경을 감상했다.
날이 어두워져서 물컵 아래 받침대에서 색색의 빛이 나와 물컵을 비춰주고,
레스토랑의 어두운 조명으로 밖의 하코다테 야경이 더욱더 빛나보이는듯 보였다.

그러고보니 일본에 와서 카레를 먹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감자와 채소, 그리고 고기가 어우러져 있는 카레의 맛은 우리나라의 카레와는 다른 맛이었고,
밥과 함께 먹으니 되직한 카레의 맛과 큼지막한 덩어리들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창가자리에 앉은지라 밥 한번 먹고, 밖 쳐다보고, 조금 바뀐 거 같다 싶으면 사진찍고..
그렇게 계속 앉아서 편하게 밥먹으며 하코다테의 야경을 즐겼다.

세계의 3대 야경중의 하나라는 하코다테의 야경이었는데, 티비에 나왔을 때에는 솔직히 그냥 그랬는데
직접 와서 눈으로 본 야경은 홍콩의 야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홍콩의 야경도 보고 하코다테의 야경도 봤으니 이제 삼대 야경은 나폴리만 가보면 될듯...
근데 나폴리는 언제 갈 수 있을런지...

나같이 하코다테의 야경을 티비나 사진으로만 본 사람들은 직접 가서 눈으로 보길 권한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도 몇백만배 더 아름다우니 말이다.
야경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서 압축해서 한장으로 만들었다.
중간중간 잘 안맞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한장의 gif에는 고르고 고른 사진 20장이 들어있다..^^

그렇게 배도 채우고, 멋진 야경도 구경하고나서 다시 3층 전망대에 올라가서
유리창에 비친 야경이 아닌 내 눈에 바로 들어오는 야경을 한참을 보고난 후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산 아래로 내려왔다.





이제 호텔로 돌아가야지 하고 길을 걷는데 눈이 계속 내린다.
이 곳의 눈은 우리나라의 눈과 달리 포슬포슬한 눈이어서 옷에 닿아도 툭툭 털으면 떨어지는 그런 눈이다.
다행히 옷을 젖게 하지는 않아 탁탁 털어가면서 길을 걸어갔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이 시간은 8 시도 되지 않았는데, 마치 서울의 새벽을 보는 것 같이
길가의 상점도 모두 문을 닫고,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산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호텔에 들어가기까지 만난 사람이 네다섯명?? 이 다였으니까 말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서 모토마치 거리도 가보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없으니 무섭더라..


그래서 그냥 스윽 지나가면서 잠깐 서서 사진 한장 찍고, 그리고나서 밝은 곳만 돌아다녔다.
횡단보도를 지나가는데 아까 로프웨이를 가려다 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한참을 기다렸던 같은 방식의 횡단보도가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이건 어떤 블로그에서도 보지 못했다. 내가 찾지 못한건가..?


또, 호텔로 들어오면서 과자를 사려고 했지만 폐점시간이 6시던가 7시던가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점심먹고 산 과자 하나만 챙겨들고 호텔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심심해서(?) 럭키 삐에로를 갈까 야끼도리 벤또 파는 곳을 갈까 하다가 오늘은 벤또를 먹기로 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주문을 한 몇몇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주문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한참을 쳐다보고 있다가 느낌으로 보니 내가 원하는 꼬치의 갯수를 써주면
그대로 만들어주는 걸 겨우겨우 알아내서 적어서 줬다.
카라아게(닭튀김.. 맞나?) 와 꼬치 3개가 들어간 도시락을 주문했는데, 닭튀김의 경우에는 미리 만들어져 있는 걸 렌지에 데워주는
형식이었다.
도시락이 만들어지는 동안 슈퍼에서 컵누들 한개도 구입해서 벤또와 함께 가지고 왔다.
그런데 왠일.. 나중에 생각해보니 닭튀김을 렌지에 넣어두고 깜박 잊고 안가져왔다.
이런이런 그걸 나중에 호텔을 옮기고 난 후에 생각이 났으니.. 정말 정신이 없긴 했나보다.

벤또를 사고 돌아오는 길에도 역시 사람도, 차도 보이지 않았다.
밤이 되면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니 정말 맞는 말 같았다.
순간 이런데 살면 야근같은 거 안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ㅋㅋ




호텔에 들어와서 잠시 티비를 보다가 사온 도시락을 꺼냈다.
이상하게 여행만 가면 밥 먹고 뒤돌아서면 뭔가 먹을게 생각난다.
내가 특이한 걸까나??
야끼도리라고 해서 닭이 아니라 돼지고기라고 어느 블로그에서 본 기억이 났다.
소스 냄새가 진하게 나고, 생각보다는 맛이 별로였다. 돼지고기의 비린내도 나고 말이다.
겨우겨우 먹고, 물로 입가심을 했다.



티비를 보다가 사진을 찍다가 하다 생각난 것이 온천이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은 최상층에 온천이 있었다. 항상 사람이 많지 않다고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어서
일단 한번은 카메라를 들고가지 않았는데... 내가 시간대를 잘못맞춘건지 사람들이 가득이었다.
그래서 온천사진은 포기. 하고 온천을 즐겨보려고 했다.

원래 뜨거운 데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온천은 정말 뜨거운 물과 덜 뜨거운 물이 있어서 그나마 좀 나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온천을 안하는데, 일본에까지 와서도 온천을 안하면 후회할 거 같은 생각에 열심히 즐겨보려고 했다.
탕에도 들어갔다 나오고, 사우나도 들어가보고, 그렇게 온천을 즐기려고 했다.
노천온천도 있어서 가보려고 했는데, 워낙에 사람이 많아서 그건 다음날로 미뤘다.

온천을 다하고 나오니 하코다테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휴게실이 있었다.
휴게실 입구에는 가게에서나 볼듯한 아이스크림 냉장고가 있다. 그 곳에 막대아이스크림(하드)이 있는데
온천하고 나오면 마음대로 가져다 먹어도 좋다고 적혀있는 듯 했다(이 해석도 내 마음대로..ㅋㅋ)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서 먹으며 창밖을 내다보니, 그냥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솔직히 하나 더 먹고 싶었는데, 이런 데 와서 아이스크림 두 개 먹었다가 한국인 망신만 시킬거 같아서 그냥 방으로 내려왔다.

내가 묵은 라비스타 하코다테베이 호텔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묵는다고 하던데,
이상하게 내가 있을 때에는 내가 우리나라 사람을 못찾은 건지, 전혀 한국말을 들어볼 수 없었다.
이건 내가 묵었던 두 호텔에서 전부 동일했다.
이상하게 여행만 가면 한국사람들이 자주 안 가는 곳에 가는지, 아니면 한국사람들이 없는 시간대를 골라 가는건지
해외여행을 나가기만 하면 그 많은 한국사람들이 다 사라진다..

방에 내려와서 내일은 어딜갈까 고민도 하고, 티비도 보고 하다가
일단 하코다테 역 쪽으로 가보자는 생각을 하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고, 잠깐 자고 일어나보니 목이 칼칼해져서 방에 구비되어 있던 가습기를 켜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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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날 여행기 끝입니다.
첫날만 여행한 거 같이 여행했지, 다음날 부터는 설렁설렁 돌아다녔어요...
다음날 부터는 여행기가 짧을듯 합니다..^^
라멘을 먹고 따땃해진 배를 통통 두들기며 건너편의 창고로 들어갔다.
창고에 상가들이 밀집해있다라는 얘기만 기억하고 눈 앞에 보이는 건물로 들어갔을 때..


그 곳에는 수 많은 홋카이도 한정 과자들이 가득이었다.
아무래도 사진을 찍으면 안될거 같은 분위기의 그 곳이어서 사진을 찍지 않고 돌아다녔는데...
홋카이도에서만 볼 수 있다던 시로이코이비토 라던가 쟈카포클 이라던가 홋카이도 한정 과자들이 잔뜩이었다.
이제 여행시작인데 처음부터 잔뜩 과자를 살 순 없다는 생각에 이따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몇 개 사서 먹어보고
맛있으면 집에 갈 때 사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구경만 했다.
정말 신기한 것들도 많고, 유제품도 많고, 한 걸음 한 걸음 떼기가 너무너무 힘들 정도로 신기하고
맛있어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 하코다테의 야경을 꼭 봐야한다는 일념으로 나중에 살 것을 이것저것 찜하고서 다른 창고로 이동했다.

어느 창고 안에는 오르골이 잔뜩 들어있는 곳이 있었고, 또 어느 곳에는 작은 상점들이 가득 들어가 있는 곳들도 있었다.
그 외에도 하코다테의 유명한 치즈케익(스내플스, 멜치즈??)도 있었다.


열심히 구경하고, 시식도 하고(시식하는 치즈케익이 커서 오며가며 하나씩 먹는 여유??ㅋㅋ)
갑갑하다 생각이 들면 창고에서 나와 바깥을 걷고, 그렇게 쉬엄쉬엄 걸어다녔다.







한참 걸어다니다가 하코다테 로프웨이 할인권이 잔뜩 있는 곳을 발견하고,
다음 여행 때 쓰려고 넉넉하게(?) 세 장 가지고 오는 여유까지 부렸다.

그 날만 날이 추웠던 건지 계속 눈이 오다말다 하고, 바람은 계속 쌩쌩 불어대고, 그렇게 걷다가 스타벅스 매장을 발견했다.
창고 사이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서 굉장히 멀다고 느꼈었는데, 나중에 호텔에 앉아서 쳐다보니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였다.
이리저리 헤메고 다녀서 그렇게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스타벅스 매장으로 들어갔다.




2월부터 발매된 사쿠라 텀블러와 머그컵, 워터보틀 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마 소심해서 사진을 찍지는 못하고, 뭘 사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보니
점원이 와서 찾으시는게 있냐는 듯 물어봤다. 그런데 말이 빨라서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원래 사려고 했던 워터보틀이 안 보여서 혹시 워터보틀이 없냐고 물어보니 그건 다 나갔다고 하는듯 말했다.

여기계신 분들 말이 정말 너무너무너무 빨라서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결국 "저 일본인 아니에요" 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그 분이 천천히 보시라고 하면서 다시 자기자리로 돌아가셨는데,
한참을 쳐다보고 있으니 또 다른 분이 와서 빠른 일본어로 뭐라고 말씀하신다.
대충 이 텀블러도 이쁘고, 작은 텀블러도 색이 초록색이라 이뻐서 많이 나간다. 뭐 이런 뉘앙스???
하지만 뜻은 전혀 알지 못하고 그냥 고개만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일본어를 빨리 마스터해야지원..ㅠ.ㅠ
서글픈 마음을 가지고 사진보다도 훨씬 예뻤던 사쿠라머그 2 개를 구입했다.
그리고 이 때만 맛볼수 있는 사쿠라 프라프치노도 샀다.


음료를 받고 2층에 앉아서 창고도 바라보고, 인터넷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한참을 쉬고나서
더 이상 늦으면 야경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하코다테 로프웨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글 지도로 찾아보니 걸어가도 될 정도의 거리였기 때문에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럭키삐에로와 야끼도리벤또 가게도 봤다.
생각보다 가깝게 있는 것들을 보면서 오늘 저녁엔 벤또를 먹어야겠다라는 생각도 하면서 걸어갔다.





그런데 정말 바다와 가까워서 그런가 바람이 우리나라의 한겨울 바람만큼 찼다.
걸어가면서 목도리를 두꺼운 걸 했어야 했어 라면서 투덜거리면서 걸어갔다.

로프웨이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만 믿고 가다가 횡단보도에 도착해서 한참을 기다리는데 신호가 바뀌지 않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우연히 버튼이 있는 걸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딸깍 눌러보니 조금 있으니
신호가 바뀌더라..ㅡㅡ;;   나 뭐하고 기다린거니..ㅋㅋ

우여곡절끝에 횡단보도도 건너고 힘들게 언덕도 올라가서 미리 준비한 로프웨이 할인쿠폰을 내고, 왕복표를 끊었다.
짐을 좀 정리해야지 했는데 바로 케이블카가 출발한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뛰어올라가
무사히 타고 하코다테산 전망대로 올라갔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어서 그런지 케이블카에도 사람이 적었다.

무사히 시간에 맞춰서 공항버스를 탄 나는 짐가방을 좌석 안쪽에 구겨넣고(?) 바깥쪽에 겨우겨우 탔다.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버스에 타고 있었고, 그 중에는 일본인들도 참 많이 있었다.
아무생각없이 빈 좌석에 앉다보니 오른쪽에 앉았는데...
공항을 좀 벗어나니 바로 왼편에 바다가 보였다.
(이래서 미리미리 정보를 알아보고 앉았어야 하는데..ㅡㅡ;;)

마지막날 묵을 곳이 유노카와 온천 근처였기 때문에 공항버스를 타고 다시 공항으로 가기 위해
공항버스가 서자마자 재빨리 건너편에 정류장을 찾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그 덕에 조금더 쉽게 공항버스 정류장을 찾기도 했지만..)
버스가 정류장에 가기 전에 운전기사 아저씨는 "이번 역은 ***역입니다. 내리실 분 있나요?"라고 물어봤다.
(일드만 듣고 트인 귀라서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 없음. 대충 비슷한 뉘앙스?)

버스는 그 이후에도 몇 정류장을 지나쳐서 하코다테 역앞에 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코다테역에서 내렸고, 나와 두 명의 일본인만 남아있었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잠시 하코다테 역에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미안하다며 내렸다.
난 라비스타호텔에 가야하므로 베이에리어 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앉아서 버스안에서 여기저기
하코다테 역앞의 건물들을 찍었다.
아마 내 주변에 계셨던 분들은 카메라소리때문에 조금은 시끄러우셨을지도 모르겠다..ㅎㅎㅎ


두 명의 일본인도 하코다테 역 다음인 국제호텔에서 내리고, 버스에는 나만 남아서 베이에리어까지 갔다.
아저씨는 나 혼자 있는데도 "이번역은 베이에리어역입니다. 내리실 분 계십니까?"라고 물어봤다.
난 그 대답에 "네(하이)" 라고 대답해야 할지, "있어요(아리마쓰??이마쓰??)" 라고 대답해야 할지 잘 몰라서 작게 얘기하고,
아저씨가 정류장에 설 무렵에 캐리어를 끌고 한손엔 요금과 카메라를 들고서 출입문쪽으로 나갔다.
그리고나서는 버스요금 410 엔을 내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버스를 내렸다.

버스를 내리고나서 반대편을 쳐다보니 큰 건물이 있었고, 내가 가야 할 숙소, 라비스타호텔이었다.
앞쪽을 쳐다보니 산이 보였다. 저곳이 하코다테 로프웨이였다.

신호등을 반대로 건너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걸어서 호텔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 날 따라 계속해서 진눈깨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세게 불어서 조금이라도 멀리 걷게 되면 정말 추웠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바람이 많이 불 것 같아 두꺼운 털실목도리를 챙겼는데,
엄마가 그렇게까지 안 추울 거라고, 봄에 하는 얇은 목도리로 바꿔준 것이다.
그런데 정말 너무나도 바람도 세고, 날도 싸늘해서 두꺼운 털실목도리를 우겨서라도 가지고 올껄
하는 후회를 그 길을 걸어가면서 하고 있었다.

그렇게 세찬 바람과 날리는 눈발을 뚫고, 겨우겨우 호텔에 도착했다.


어설프게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겨우겨우 체크인에 성공하고, 520호 열쇠와 조식권 두장을 받아 방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가니 입구는 참 좁았다.
그런데 들어가니까 방의 3/4를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침대가 보였다.



나 혼자 자는 싱글룸인데 왜 이렇게 침대가 큰거지 라는 생각은 잠시.
이야.. 큰침대 좋다 하면서 헤헤거리고 이리저리 구경하고 사진도 찍었다.
다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화장실이랑 욕실을 안찍었다..바보.
침대 앞에 커다란 창밖으로 산이 보이는 것을 보고 아.. 저기가 전망대로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호텔 바로 바깥에는 베이에리어 창고가 있었고, 저 멀리 하코다테의 유명한 언덕들도 보이고,
인터넷으로 봤던 것보다도 훨씬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방 구경을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하코다테 구경을 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가는 왼쪽에 탕비실이 있었다.
그 곳에 전자레인지와 제빙기가 있었고, 간단하게 물과 맥주 등 음료수를 살 수 있는 자판기도 있었다.







호텔에 다시 열쇠를 맡기고 생각해보니 아직 점심을 먹지 못했다.
아침도 인천공항에서 먹은 스무디와 샌드위치가 다였으니, 배가 고플 때였다.
호텔 앞에 있는 음식점중 하코다테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고 하는 시오라멘을 먹기로 했다.
아지사이 라고 하는 하코다테의 유명한 시오라멘가게가 호텔의 바로 앞에도 있어서 쉽게 먹을 수 있었다.
혹시나 점심과 저녁 중간에 쉬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이도 이 곳은 쉬는시간 없이 운영하는듯 보였다.





자리를 잡고, 가장 기본인 시오라멘을 주문했다.
잠시후 국물이 뽀얀 시오라멘이 나왔다. 위에는 죽순이 가득 올려진, 맛있어보이는 라멘이었다.


추운 곳에서 덜덜 떨다와서 그런지 따뜻한 라멘과 국물이 정말정말 좋았다.
짜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 느끼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그 날의 나에겐 정말 딱맞는 맛있고, 따뜻한 라멘이었다.

라멘을 먹는 내내 근처 테이블에 한국인이 있었는지 계속 한국말이 들려왔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있는 이 곳이 서울의 어느 일본라멘 전문점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한순간 했지만,
손님이 들어오고 나갈때 하는 인사말과 끊임없이 나오는 티비소리에 이 곳이 일본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맛있게 밥을 먹고 나오니 아지사이 라는 가게 간판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좌석지정을 할수있는 시간이 이코노미 좌석은 탑승전 48시간 까지라고 한다.
따라서 하루 전에 예매한 나는 좌석 지정을 할수 없었던 상황.
하지만 운이 좋게도 창가좌석을 얻을 수 있었다.

늦게 들어간 나는 지난번처럼 창가자리를 못 앉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 타고 계신 분들은 자리를 비워두고 계셔서
양해를 구하고 창가자리로 들어갔다.

내 옆에 계신 분들은 어느 나이가 지긋하신 부부.
아주머니 되시는 분이 가운데 앉으셨는데 자꾸 내쪽 팔걸이로 몸을 기대신다.
남편분 있으신 쪽으로 기대셔도 되는데 왜 나한테 몸을 기대시는지....
추울거라는 생각에 겉옷도 두껍게 입고, 면세점봉투에, 카메라에 나 하나도 버거웠는데 말이다...
그래도 열심히 옆에 계신 분이 너무 다가오지 않도록 밀면서 비행기를 탔다.

며칠 전 내린 눈 때문인지,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우리나라는 눈으로 뒤덮힌 하얀 산들을 볼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타면 남는게 사진이라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비행기가 어느정도 괘도에 오르자, 기내식을 줬다.
하코다테로 가는 비행기가 소형기종이고, 구간도 긴 편이 아니라서 밥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역시나 기내식은 밥이 아닌 빵.


샌드위치와 숏브레드빵, 그리고 떠먹는 요구르트가 들어있는 기내식을 받고,
커피, 감귤쥬스를 받아마셨다.
음.. 역시 샌드위치는 그냥 샌드위치맛. 겨자소스가 있어서 위에 뿌리고 살짝 먹었더니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내가 소스 발라 먹는걸 보고 옆에 계신 아주머니도 소스 한번 발라서 먹다가 소스는 그냥 놔두신다..ㅋㅋ
여차저차 샌드위치를 다 먹고, 떠먹는 요구르트를 열다가 퍽 소리를 내면서 열려서 요구르트가 옷에 튀고..ㅡㅡ;;
그거 닦아내고, 옷에 자국 남지 않게 물티슈로 닦고.. 혼자서 난리란 난리는..ㅋㅋㅋ

암튼 그렇게 기내식도 먹고, 다음은 면세품 타임!!
이번 여행은 급하게 가고, 5월에 간다는 생각에 면세품도 그냥그냥 보내버리고,
옆에 계신 분들은 뭘 그리 사시는지... 승무원 분이 계속 우리줄에 와계시네...

가서 무얼 봐야할지 하나도 정하지 않아서 여행가이드북을 보면서 일정도 생각해보고,
심심하면 창가로 바깥도 찍고 그렇게 비행기를 탔다.
아래는 심심해서 찍은 사진들.. 좀 많다..하하^^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안전벨트싸인에 불이 들어오고, 카메라나 핸드폰을 꺼달라는 안내문구가 들려왔다.
그리고나서 한참이 지나니까 갑자기 비행기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비행기를 그렇게 많이 탄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구름 속을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도 처음봤다.
너무나도 신기했는데,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아까 전자기기를 꺼달라는 얘기가 너무나도 속상했다.
하지만 안전운행을 위해 눈으로만 보기로 하고, 조용히 창문을 쳐다보면서 구름속에서 빨리 빠져나오길 기다렸다.
구름 속이라서 그런가 기류가 많이 불안정했고, 비행기도 생각보다도 많이 흔들렸다.

그래도 무사히 예정시간인 12시 10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다.
비행기를 빠져나와 입국심사를 받으려고 간 공항은 정말 우리나라 김포공항보다 작은 느낌이었다.
출입국심사대도 세군데? 밖에 없었고, 그나마 한곳은 일본인 전용...
나름 빨리 나왔음에도 지문과 얼굴사진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 옆에는 내국인전용 입국심사대가 있었는데, 어떤 한 승객이 자신은 자이니치(재일 한국인이 맞겠죠?)라고 하니까
옆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라.
그러더니 일본인들 전부다 입국심사 할때까지 벽에 세워 기다리게 하고나서는 제일 마지막에 입국심사를 받게 했다.
그것도 그 사람이 입국심사 하려고 할 때 일본인이 있자, 다시 그 분을 빼내고 자국민을 먼저 심사시키더라...
처음 보는 그런 광경에 아.. 내가 정말 일본에 온거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입국심사를 끝내고, 짐을 찾으러 가는데, 워낙 공항이 작아서 그런가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직원 한분이
낑낑거리면서 컨베이어에서 짐들을 하나씩 꺼내서 바깥에 진열해 놓고 있었다.
그 분 덕에 쉽게 짐을 찾아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세관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짐검사를 한다고 캐리어를 오픈해달란다.
미리 카페에서 짐검사를 했다는 글들을 많이 봤지만 설마 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캐리어는 한쪽은 텅 비어있었고, 그나마 채워있는 곳도 옷 몇벌하고 화장품이 다였으니까 말이다.
몇일동안 있는지, 어디를 여행할 것인지 물어본 후 가방을 닫고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짐검사를 많이 하는거 같았다. 내가 하기 전 내 앞에 있던 사람들도 몇명 짐가방을 여는 걸 봤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짐가방을 열었을 때 민망하지 않도록 흰색 가림대도 만들어져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이 많은 입국심사를 마치고 드디어 공항을 나섰다.
내가 꽤 뒤쪽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와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그렇게 입국심사를 마친 시간은 12시 30분 근처..
생각해보니 하코다테 시내로 들어가는 공항버스가 30분에 있다는 걸 본적이 있었다.
급히 버스 타는 곳으로 가다보니 버스 한 대가 출발하려고 하는듯 했다.
달달거리며 짐가방을 끌고 가서 12시 30분에 출발하는 공항버스를 탈 수 있었고, 그렇게 난 하코다테로 들어갔다.

3월 중순 갑자기 일본에 안좋은 일이 생겼죠...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일본의 소식을 시시각각 접하면서 내가 여행을 조금만 늦게 갔더라면
정말 큰일이 났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녀왔던 하코다테의 호텔 앞의 산책로에도 물이 차 있는 사진을 보면서 운이 정말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매일매일 너무나도 안좋은 소식들이 있어서 제 마음도 많이 무겁네요..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살아가야죠...

저도 제 여행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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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이미 결혼한 친구들도 아기를 데리고 오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는 곧 결혼한다고 하고...
결혼식이 끝나고 친구들과 얘기를 하게 되면서, 재테크, 주택, 결혼 등등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
아니면 이미 몇몇 친구들은 겪은 결혼, 육아, 출산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해졌다.
아직 재테크, 주택 등은 계획도 없고, 결혼, 육아 등의 이야기는 생각조차 해보지도 않았고,
지금 현재 내 앞길이 어떻게 될지 그 고민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떨어질 것들인데,
결혼이나 육아를 이미 겪고있는 친구들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말이다.
몇 년동안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벌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일만 하고, 집에 와서 자고, 뭔가를 끊임없이 사대고, 그렇게 지내온 몇년이
다른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재테크를 하고, 집을 사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그랬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이지 내가 여태껏 뭘한게 있나 라는 생각에 허무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다음날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4월이 되면 재계약을 해야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회사에서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출근해서 아무 생각없이 대한항공의 비행기표를 검색하던 중
하코다테에는 일, 화, 목 이렇게 3일을 대한항공이 들어간다는 생각해내고,
내게 남은 휴가를 생각하던 중, 이틀의 휴가를 내고 머리를 식히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론이 길었지만, 그렇게 목, 금 이틀의 휴가를 승인받고, 대한항공에서 인천-하코다테의 비행기표를 예약, 발권했다.

그리고나서 한 일은 숙소예약. 당장 다음날의 숙소를 예약해야 했기에,
재패니칸(http://www.japanican.com/)을 이용하여 라비스타 하코다테 베이(La Vista Hakodate Bay / ラビスタ函館ベイ)에서의 2박과 보로노구치 하코다테(望楼NOGUCHI函館)에서의 1박을 예약완료했다.

저녁 늦게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등산화 구입..
북해도에서는 3월도 아직 눈이 쌓인 곳이 많다고 했다. 비록 열선이 깔려있거나, 눈이 녹은 곳도 많지만,
워낙에 잘 넘어지고 하기에, 얼음과 눈밭에서도 안미끄러질 수 있는 등산화 구입은 필수였다.
그렇게 등산화를 사고, 집에와서 본격적으로 여행가방싸기에 돌입했다.
여분의 옷, 충전기, 세면도구 등을 챙기고 혹시 몰라서 여행가이드북도 두 권을 챙겨넣었다.
환전은 주거래은행인 국민은행을 이용하여 인터넷으로 환전하고, 다음날 아침 공항에 가서 받기로 예약해두었다.
그렇게 대강의 짐을 싼 후 조금이나마 잠을 자두는 것이 좋을 거 같아 새벽 2 시 쯤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요즘 많이 우울해져있던 나 때문에 덩달아 우울해지셨던 부모님을 뒤로하고
달달달달 거리며 여행가방을 끌고 그렇게 여행을 시작했다.
언제나 출근을 하기 위해 가던 지하철역을 오늘은 여행을 가기 위해 간다고 생각하니
평소의 지하철역과는 또다른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역에 도착해서 드디어 여행을 가기위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워낙 오래간만에 카메라를 만지는지라 초점이 맞는건지 전혀 알지 못한채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초점을 수동으로 맞추도록 해놓고서 다시 고치지도 않고 찍어버려서 이거 원... 첫사진은 엉망이 되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제일 처음 한 일은 지하에 있는 국민은행 창구에 가서 환전한 돈을 찾는 일.
카메라에 짐에 정신없이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겨우 은행을 찾아서 환전까지 마치고, 서둘러 공항으로 갔다.
평일이고, 학교도 개학한지 얼마 안되어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이게 왠일... 사람들이 참 많았다.

오늘 내가 타고 가야 하는 비행기는 대한항공.
티켓팅을 하는 카운터를 찾지 못해 한참을 두리번거렸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큰 항공사라 인천공항에서 제일 좋은 가운데자리쯤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맨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내가 타고 갈 하코다테 행 비행기는 공항도 작고 사람도 많이 타지 않아서 비행기도 작다고 했다.
그런데 앞에서 티켓팅을 하려고 기다리던 사람들 중 스키장비인가? 큰 짐을 많이 들고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연히 말을 하게 되던 중 그 사람들은 니세코?인가? 거기로 스키여행을 가는 듯 했다.
지난번에도 느낀 거지만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혼자서 비행기 티켓 끊고, 숙소 정하는게 너무나도 익숙해졌나보다.

그렇게 정신없이 티켓팅을 하고, 짐을 부치고. 출국심사장으로 들어왔다.
x-ray 검사을 하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니 어디에선가 고가의 귀금속, 카메라를 들고 나갈 때 신고한다는 부스가 옆에 있었다.
난 그 부스가 출국도장까지 다 찍고 나서 면세점구역에 있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내 카메라 이래뵈도 비싼건데 신고할까 말까 하다가 이런거 누가 사갖고 들어올거라고 생각할까 하고 그냥 지나쳤다.

보안검색을 끝내고, 출국심사도 마치고 나자 바로 그 앞에 면세점이 있었다.
일단 내가 비행기를 타야 할 곳은 11번 게이트. 앗.. 면세점 바로 옆이네.

이런데에서 대한항공이 좋은가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시간 생각 안하고 면세점 구경에 열을 올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오늘 이렇게 공항에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하면서
인터넷 면세점에서 구입하지 못했던 엄마 크림, 내 핸드크림 등등 몇가지를 샀다.

물건 구입을 마치고 슬슬 비행기를 타려고 걸어가는데 배가 고프다.
정신이 없어서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나왔기 때문이었으리라.
11번 게이트 앞에 마침 스무디 킹이 있어서 바나나아일랜드를 구입. 쪽쪽 빨아먹으면서
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잘 다녀오겠노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계속 망설이던 일본내 데이터무제한을 급하게 공항에서 신청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정말정말 갑작스레 결정한 여행이었다.
지금의 내가 너무나도 맘에 들지 않아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5월에 비행기표를 끊어놨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전 급작스럽게 비행기와 숙소를 결정, 예약을 하고야 말았다.

일도 하기 싫고, 그만두지도 못하는 내 현실이 너무나도 싫어서...
지금 이 상태로는 머리만 복잡해지는 게 힘들어서...
그냥 잠시 현실을 잊고싶었다.

그 곳에서는 현실을 잊을 수 있었지만... 마지막 날이 되자 다시 현실이 생각났다.
현실에 부딪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난 과연 지금 이 현실을 부딪치고, 벽을 깰 수 있을까...?

곧, 하코다테 3박 4일의 여행기를 펼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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